이번에 소개해드릴 영화는 2022년 작 비상선언입니다. 검사들의 이면을 감각적으로 풀어내 재미있게 본 영화 <더 킹>을 만든 한재림 감독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인 송강호,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이 주연을 맡은 영화이니 주변의 혹평에도 안 볼 수가 없었습니다. 다수에게 최악이라고 저에게까지 최악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좋든 싫든 직접 겪어봐야 하는 법입니다. 재난 영화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따르는 영화 <비상선언>을 지금부터 소개해보겠습니다.
영화 줄거리
영화 속 배경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곳, 하와이행 비행기입니다. 영화는 비행 출발 전 여행을 앞두고 설레고 즐거움에 가득한 승객들의 모습들을 비춰줍니다. 같은 목적지로 가는 비행기 속 150여 명의 승객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비행기에 탑승합니다. 이때, 누가 봐도 수상한 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목적지 없이 승객이 많고 가장 빨리 탈 수 있는 비행기 티켓을 달라며 떼를 쓰다 뜻대로 되지 않자 욕을 한바탕 퍼붓고 나옵니다. 이 영화의 빌런, 진석입니다. 진석은 가슴속에 분노가 가득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 분노를 사회에 풀려고 합니다. 자신이 연구원으로 일하다 해고된 브리콤에서 바이러스를 빼내 비행기 테러를 계획합니다. 그는 SNS에 비행기 테러를 가할 것이라고 사전 예고 영상을 올리고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그의 눈에 들어온 인물이 재혁(이병헌) 부녀로 둘을 따라 하와이행 비행기에 탑승하게 됩니다. 비행기에 탑승한 그는 계획대로 자신이 준비한 바이러스를 비행기 안에 퍼트리게 되고, 첫 희생자가 발생을 하며 비행기 안은 공포와 혼란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인호(송강호)는 베테랑 형사입니다. 친구들과의 하와이 여행에 들뜬 아내를 보낸 후, SNS에서 비행기 테러 예고 영상이 돌고 있다는 사건을 접수하게 됩니다. 불안한 직감에 사로잡힌 그는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서게 되고, 진석의 집을 수색하게 됩니다. 진석의 집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돼 끔찍하게 죽은 시신을 발견하게 되고, 진석이 자신의 아내가 탄 하와이행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첫 희생자가 발생했음이 지상에 알려지게 되고, 이것이 생화학테러임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를 해결해야 할 지상과 바이러스에 노출된 150여 명의 승객들의 사투가 시작됩니다.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어 생화학 폭탄이 되어버린 항공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영화 속 숙희(전도연)는 국토부 장관입니다. 테러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직후부터 숙희는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현장에서 진두지휘를 하게 됩니다. 하와이의 착륙을 대비해 바로 미국으로 출국하는가 하면 바이러스의 원상지 브리콤의 항바이러스를 구하기 위해 직접 현장으로 나가 브리콤의 협조를 얻어내는 등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탁상공론만을 펼치며 손익계산 속에서 정치적 행동을 하는 모습들에 지친 저에게 그녀의 모습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해 줍니다.
감상평
재난 영화 속 클리셰 중 하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인간군상 모습들입니다. 이 영화 속에서도 자신의 생존과 직결된 상황 속에서 다른 영화와 다르지 않은 모습들이 등장합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 조금이라도 감염 증세가 나타난 승객들이 보이면 철저하게 격리시키려 하는 인물, 혼란 속에서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승무원으로서의 의무를 끝까지 다하는 인물, 다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인물 등 다른 재난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뻔한 인물들을 보면서 영화에 집중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영화적 상상 속의 상황이었지만 그들의 행동들에 현실의 모습들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항바이러스의 효과가 미지수인 상황 속에서 바이러스로 가득 찬 비행기 속은 생화학 무기와 다름없습니다. 지상으로 착륙해 생존자들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자칫 바이러스가 퍼질 경우 엄청난 피해가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과 일본은 비행기의 비상착륙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로 회항한 후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습니다.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에서도 더 큰 피해가 날 수 있는 상황에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게 됩니다. 심지어 공항에서 착륙 반대 시위도 일어납니다. 이 부분에서 불편함을 많이 느꼈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불편함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재난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영화 속 다양한 군상들을 직접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바이러스의 공포감이 극대가 되었던 코로나 초창기에 감염자들의 격리시설이 부족해 각 지역의 시설들을 격리시설로 지정해 운영했습니다. 이때, 자신들의 지역에 격리시설 지정을 두고 반대하던 모습들이 이 영화를 보며 떠오르는 건 저뿐만인가요? 그 외에도 비행기의 착륙에 대해 인터넷 댓글들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위에서 말한 불편함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의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마주하게 돼서 오는 불편함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떠올랐습니다. 소수의 희생과 다수의 위험을 안고 그들을 구조해야 하는 딜레마 속에서 무엇이 정의로운 것일까요? 정의란 무언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비상선언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영화의 결말을 두고 상반된 의견들이 있습니다. 비행기의 승객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지 직접 영화를 보고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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